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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장. 너무나 위험한 게임

제5장. 너무나 위험한 게임

스콧의 눈이 가늘어졌다.

당장이라도 제 손으로 저 여자의 목을 졸라 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감정에 휘둘리는 바보가 아니었다.

「서류는 내 책상 위에 두고.」

그가 차갑게 명령했다.

「말코비치 부장은 밖에서 기다리라고 해.」

잠시 후, 집무실에는 그 혼자만 남았다.

스콧은 깊게 숨을 내쉬며 감정을 가라앉혔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가장 아끼는 만년필을 집어 든 뒤 서류철을 펼쳤다.

이 계약서는 이미 한 번 검토한 적이 있었다.

당시에는 대충 숫자만 훑어봤고 별다른 이상을 발견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여백마다 가지런한 여성의 필체로 적힌 메모들이 전혀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스콧은 몸을 앞으로 기울인 채 처음부터 끝까지 다시 계산했다.

한 번.

두 번.

세 번.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다.

알렉사는 누구도 눈치채지 못한 아주 작은 오류 하나를 찾아냈고—

그 하나가 앞으로 3년 동안 HHE에 수백만 달러의 손실을 안길 수도 있었다.

「젠장...」

스콧이 이를 악물었다.

「그 마녀 말이 맞았군.」

그 사실은 또 다른 의미이기도 했다.

말코비치가 자신을 속이려 했다는 뜻이었다.

「말코비치 부장 들어오라고 해.」

잠시 뒤 말코비치가 집무실 문을 열었다.

문턱을 넘자마자 스콧의 차가운 목소리가 쏟아졌다.

「왜 이걸 숨기려고 했지?」

말코비치의 얼굴에서 핏기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저... 저는 그런 의도가 아니었습니다!」

그는 황급히 변명했다.

「카루소 씨 보고서가 형편없어서 회장님께 그런 걸 올릴 수 없었던 것뿐입니다!」

스콧이 비웃었다.

「날 바보로 보나?」

서류철을 책상 위에 내던졌다.

「보고서는 완벽했어. 방금 직접 검토했고 저 계약은 명백한 사기였다는 것도 확인했다.」

그의 목소리가 점점 낮아졌다.

「그러니까 대답해.」

「정말 사기를 못 알아본 건가?」

「아니면...」

잠시 말을 멈춘 스콧이 그의 눈을 똑바로 응시했다.

「카루소 씨가 알려 준 사실을 의도적으로 숨긴 건가?」

말코비치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비틀거렸다.

「그 여자는 버릇없는 직원일 뿐입니다!」

그가 악에 받쳐 소리쳤다.

「예의도 모르고...!」

「그게 나랑 무슨 상관이지?」

스콧이 냉정하게 잘라 말했다.

「그녀는 회사를 사기에서 구하려 했고, 당신은 날 그 함정으로 밀어 넣으려 했어.」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차라리 자기 공으로 만들려고 그녀를 막은 거라면 그게 더 가벼운 죄였겠지.」

한 걸음.

또 한 걸음.

말코비치 앞으로 다가갔다.

「그러니까 말해 봐.」

「넌 대체 어떻게 변명할 생각이지?」

말코비치의 몸이 공포에 떨렸다.

「전... 전 오랫동안 이 회사에서 일했습니다.」

「항상 충성했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도...」

「해고다.」

스콧이 그의 말을 끊었다.

얼음처럼 차가운 한마디였다.

말코비치는 가슴을 움켜쥐며 고통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스콧은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재킷 단추를 잠근 뒤 서류철을 집어 들었다.

그를 스쳐 지나가며 무심하게 말했다.

「짐 챙겨서 나가.」

잠시 멈춘 뒤 덧붙였다.

「그리고 쓰러질 거면 건물 밖에서 쓰러져.」

「오늘 경찰은 보고 싶지 않으니까.」

말코비치를 남겨 둔 채 집무실을 나온 스콧은 비서 책상 앞에 멈춰 섰다.

「아까 서류를 가져온 그 마녀.」

「신상 정보 전부 가져와.」

「10분 줄게.」

정확히 10분 뒤.

스콧의 손에는 알렉사 카루소의 인사 파일이 들려 있었다.

그는 첫 장을 넘기며 피식 웃었다.

「스물세 살.」

「미혼.」

「견과류 알레르기.」

「전과 없음... 아직까지는.」

혼잣말처럼 중얼거리던 그의 시선이 학력란에서 멈췄다.

「경제학 전공.」

「하버드 리스크 분석 석사...」

입꼬리가 조금 올라갔다.

「어쩐지 똑똑하더라.」

「저 성질머리는 어디서 배웠는지 모르겠지만 머리 하나는 진짜군.」

그러나 아무리 뛰어난 인재라 해도 문제가 하나 있었다.

그 여자는—

계속 자신을 도발했다.

벌써 두 번이나.

그리고 스콧 해밀턴은 누군가의 도전을 절대 용납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는 자신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성급했고,

성질도 더러웠다.

스스로를 폭탄이라고 표현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그런데 이상하게도—

알렉사는 얼굴만 보면 그 폭탄의 도화선에 불을 붙였다.

매번.

망설임도 없이.

스콧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그녀의 사무실이 있는 층으로 내려갔다.

문 앞에 선 그는 노크조차 하지 않고 그대로 문을 열었다.

벌컥.

「꺄악!」

알렉사가 화들짝 놀랐다.

스콧의 시선이 그대로 멈췄다.

옷을 갈아입던 중이었는지 그녀는 거의 반쯤 벗은 차림이었다.

숨이 턱 막혔다.

당장이라도 그녀 앞에 무릎을 꿇고 싶을 만큼 위험한 모습이었다.

몸속이 뜨겁게 긴장되는 감각이 순식간에 밀려왔다.

'...미치겠군.'

어떻게 한 여자에게 이렇게 화가 나면서도 동시에 끌릴 수 있는 걸까.

그때 알렉사의 날카로운 목소리가 그의 정신을 끌어당겼다.

「직원 방에 들어오기 전에 노크부터 배우시는 게 어때요?」

스콧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그녀를 위아래로 훑었다.

「조금 전 당신이 내 사무실에 들어온 방식 그대로 돌려준 것뿐이야.」

잠시 시선을 떼지 않았다.

「그리고 사무실이 스트립쇼 하는 곳이라는 얘긴 못 들었나?」

알렉사가 비웃음을 흘렸다.

「갈아입는 중이었어요.」

「누가 절 젖소 목장 냄새 난다고 하셨잖아요.」

그녀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하지만 스트립쇼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꿈도 크시네요, 미남 씨.」

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스콧은 두 걸음 만에 그녀 앞까지 다가갔다.

그의 손이 그녀의 턱과 뺨을 단단히 감싸 쥐었다.

알렉사의 숨이 멎었다.

두 사람의 얼굴이 순식간에 가까워졌다.

조금만 움직여도 입술이 닿을 거리.

'또 저 입이군.'

사람을 미치게 만드는 혀.

스콧은 낮게 웃음을 흘렸다.

알렉사가 겨우 입을 열었다.

「...이건 직장 내 괴롭힘인데요.」

스콧이 그녀의 귓가 가까이에서 속삭였다.

「보고서는 맞았어.」

그의 낮은 목소리에 알렉사의 몸이 미세하게 떨렸다.

「그리고 하나 알려 주지.」

눈빛이 더욱 짙어졌다.

「넌 아직 진짜 괴롭힘이 뭔지 몰라.」

잠시 그녀를 바라보다가 천천히 손을 놓았다.

「말코비치는 해고했다.」

그는 몸을 돌려 문으로 향했다.

「내일 아침 제일 먼저 내 집무실로 와.」

문고리를 잡은 채 마지막으로 돌아보았다.

입가에 서늘한 미소가 번졌다.

「그때...」

「잘난 미남이랑 게임하는 법이 뭔지 제대로 가르쳐 주지, 카루소 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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