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undo ficciónIniciar sesión알렉사는 당장이라도 땅이 갈라져 자신을 삼켜 주길 바랐다.
CEO를 자기 편으로 만들겠다는 야심을 품고 HHE에 들어왔는데, 첫 만남부터 그를 가장 심하게 모욕해 버렸다.
말 한마디 제대로 꺼내기도 전에 해고당하지 않으면 다행이었다.
게다가 상사와 싸우며 그의 집무실까지 난입했으니.
'젠장…….'
속으로 이를 갈던 순간, 말코비치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허겁지겁 뛰어 들어왔다.
반면 스콧 해밀턴은 놀라울 정도로 침착했다.
아니—
정확히는 폭발 직전의 폭탄처럼 차분했다.
그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알렉사를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훑어보았다.
흐트러진 머리.
맨발.
구겨진 옷차림.
이마를 타고 흘러내린 땀이 목선을 지나 가슴 사이로 천천히 스며들고 있었다.
15층을 뛰어 올라온 탓에 아직도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정말이지—
딱 그녀다운 몰골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스콧은 그 땀방울을 혀로 훔치고 싶다는 충동을 억누르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스스로도 어이가 없었다.
「이게 도대체 무슨 상황이지?」
낮게 으르렁거리는 순간,
말코비치가 거의 알렉사를 밀어내다시피 앞으로 나섰다.
그 모습이 오히려 스콧의 심기를 더 거슬리게 만들었다.
「회장님... 그게... 저는...」
말코비치는 더듬거리기만 했다.
그러다 갑자기 외쳤다.
「이 직원이 절 모욕했습니다!」
스콧은 시선을 알렉사에게 고정한 채 코웃음을 쳤다.
「그럴 줄 알았어.」
「당신이 처음도 아니니, 아마 사람을 무시하는 게 습관인가 보군.」
알렉사의 눈썹이 치켜올라갔다.
「전 아무한테나 무례한 사람이 아니에요.」
그녀도 지지 않았다.
「잘난 척하는 남자들한테만 그래요. 그렇죠, 말코비치 부장님?」
말코비치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하지만 입을 열기도 전에 스콧이 먼저 말을 잘랐다.
「말코비치 부장.」
그의 목소리는 싸늘했다.
「밖에서 기다리세요.」
단 한 번의 시선.
그것만으로도 말코비치는 입을 다문 채 사무실을 나갈 수밖에 없었다.
문이 닫히자 스콧은 책상을 돌아 알렉사 앞에 멈춰 섰다.
양손을 주머니에 넣은 채 그녀를 내려다봤다.
「기억이 맞다면 어제가 첫 출근이었지.」
잠시 침묵.
그리고 차갑게 말을 이었다.
「상식 있는 사람이라면 이런 꼴로 상사 앞에 나타나진 않아.」
그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맨발에.」
「땀투성이에.」
「머리는 산발이고.」
그는 코끝을 찡그렸다.
「게다가... 외양간에서 막 나온 사람처럼 냄새까지 나는군.」
알렉사의 눈이 커졌다.
하지만 그녀는 절대 밀리지 않았다.
「제가 이렇게 된 건 전부 당신 부장님 덕분이거든요.」
그녀가 받아쳤다.
「제 앞을 막지만 않았어도 열다섯 층을 뛰어 올라올 일도, 계단에 구두를 버리고 올 일도 없었어요.」
서류철을 번쩍 들어 올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누군가 당신 돈을 훔치고 있다는 걸 알려 주려고 여기까지 온 거라고요!」
스콧의 시선이 구겨진 서류철로 향했다.
피식.
비웃음이 새어 나왔다.
「얘.」
그는 일부러 비꼬듯 말했다.
「말코비치는 수년 동안 내 분석팀을 맡아 온 사람이야.」
「바로 그래서 더 이상한 거예요.」
알렉사는 그의 말을 끊었다.
「그 사람이 이 서류를 당신에게 못 가져가게 하려고 날 쫓아왔다는 게요.」
그녀는 일부러 천천히 말했다.
「전 신입일지 몰라도...」
입꼬리가 올라갔다.
「바보는 아니거든요, 회~장~님.」
길게 늘어진 말투에 스콧의 미간이 꿈틀했다.
「말코비치 부장은 제가 틀렸다고 했어요.」
「하지만 아니에요.」
그녀는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누군가 이 계약으로 HHE를 속이려 하고 있어요.」
「당신이 저 계약서에 서명하는 순간, 그 사람들이 이기는 거예요.」
스콧은 말없이 그녀 주위를 천천히 걸었다.
이 여자와 함께 있으면 이상했다.
도전적인 성격 때문일까.
아침에 자신의 자동차 제원을 줄줄 외우던 모습 때문일까.
아니면...
풍만한 몸매와 전장을 누비는 발키리 같은 눈빛 때문일까.
분명한 건—
그녀는 그의 감정을 지나치게 흔들고 있었다.
「부장이 틀렸다고 하면 틀린 거다.」
마침내 스콧이 입을 열었다.
「그러니 이제 내 사무실에서 나가. 더 이상 참기 전에...」
퍽!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알렉사가 들고 있던 서류철이 그의 가슴을 세게 내리쳤다.
종이들이 허공으로 흩날리며 그의 얼굴을 덮쳤다.
스콧 해밀턴이 그대로 굳어 버렸다.
태어나 처음 겪는 일이었다.
알렉사가 차갑게 웃었다.
「그럼 마음껏 당하세요.」
「당신 돈이 얼마나 털리든 이제 제 알 바 아니니까.」
그녀는 실망스러운 한숨을 내쉬었다.
「누군가 눈앞에서 당신 회삿돈을 훔치는데도 자존심 때문에 경고 하나 못 듣는 사람이라니.」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젠장...」
그녀는 씁쓸하게 웃었다.
「결국 당신도 스스로 생각하는 만큼 대단한 사람은 아니었네요.」
그 말은 따귀보다 더 아팠다.
「당장 해고야!」
스콧이 폭발했다.
「당장 나가!」
「내가 직접 업계에서 널 매장시켜 주지! 다시는 제대로 된 회사에 발도 못 붙이게...!」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알렉사가 그의 넥타이를 한 손으로 거칠게 움켜쥐더니 단숨에 끌어당겼기 때문이다.
두 사람의 얼굴이 순식간에 가까워졌다.
숨결이 서로의 입술에 닿을 만큼.
알렉사가 낮게 속삭였다.
「하나만 여쭐게요, 해밀턴 회장님.」
그녀의 입술이 아주 살짝 미소를 그렸다.
「제 이름... 알고 계세요?」
잠깐 침묵.
그리고 그녀가 스스로 답했다.
「모르시죠.」
넥타이를 놓아준 뒤 한 걸음 물러났다.
도발적인 미소는 그대로였다.
「직원이 4,600명이나 되는데, 그중에서 저 하나 찾는 게 쉽지는 않을 거예요.」
그녀는 등을 돌려 문으로 걸어갔다.
「제 초라한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회장님.」
문이 닫히는 순간까지도 스콧은 움직이지 못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올랐는데—
이상하게도 목은 바짝 말라 있었다.
조금 전 그녀의 몸에서 풍기던 뜨거운 체온이 아직도 손끝에 남아 있는 것 같았다.
「루시!」
그가 크게 외쳤다.
비서가 황급히 사무실로 뛰어 들어왔다.
1분도 채 되지 않아 바닥에 흩어진 서류를 모두 정리했다.
「회장님...」
루시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 서류는 폐기할까요?」
「그리고... 말코비치 부장님을 들여보낼까요? 밖에서 계속 기다리고 계십니다. 많이 불안해 보이시는데요.」
스콧의 미간이 다시 좁아졌다.
'불안하다고?'
'왜?'
천천히 루시를 바라봤다.
「정말...」
그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말코비치가 그 여자를 쫓아오고 있었나?」
루시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네.」
「저 서류를 여러 번 빼앗으려고 했습니다.」
잠시 망설인 그녀가 덧붙였다.
「'이 일에 끼어들지 마.'」
「'분명 후회하게 될 거야.'」
「계속 그런 말을 하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