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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레한드라 산로만은 환한 미소를 지은 채 결혼식 하객들을 한 사람 한 사람 정중하게 맞이했다.
초대된 손님은 무려 오백 명이 넘었다. 대부분이 유명 인사들이거나 세계 초콜릿 산업을 이끄는 거물들이었다. 그리고 어떤 의미에서 보면, 알레한드라 역시 그들 못지않은 유명인이었다.
캘리포니아의 막대한 부를 물려받은 상속녀.
열네 살에 부모를 모두 잃는 비극을 겪었지만, 누구보다 강인하고 성실한 여성으로 성장했다. 스물두 살의 나이에 부모가 남긴 회사를 성공적으로 경영하고 있었고, 마침내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와 결혼식까지 올렸다.
모든 것을 손에 넣었다.
인생은 완벽했다.
하지만 남편 알베르토를 찾기 위해 걸음을 옮긴 순간, 그 행복이 얼마나 순식간에 산산조각 날지 그녀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알레한드라는 저택 곳곳을 둘러보며 알베르토를 찾았다.
그러다 사촌 클로데트의 방 앞을 지나던 순간, 그대로 걸음을 멈췄다.
방 안에서는 두 사람이 격렬하게 사랑을 나누는 숨소리와 신음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녀의 숨을 멎게 만드는 이름이 들려왔다.
「알베르토……! 아……! 멈추지 마……! 더…… 더어……! 아아……! 알베르토……!」
심장을 향해 총알이 날아든 것 같았다.
귀를 파고드는 모든 소리가 역겨웠다.
알베르토가 자신의 사촌 클로데트와 바람을 피우고 있었다.
그것도 결혼식 당일, 같은 저택 안에서.
당장 그 자리를 떠나야 했다.
하지만 발이 떨어지지 않았다.
고통이 온몸을 마비시킨 듯 움직일 수가 없었다.
클로데트는 남편 다음으로 가장 믿었던 사람이었다.
그런 두 사람이 함께 자신을 가장 잔인한 방식으로 배신하고 있었다.
문을 박차고 들어가야 할지, 아니면 그대로 도망쳐야 할지 판단조차 서지 않았다.
그때, 숨을 고르던 클로데트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그래서 알레한드라는 어떻게 할 생각이야?」
그 질문에 알레한드라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잠시 후, 알베르토가 아무렇지도 않게 대답했다.
「이미 얘기 끝났잖아. 알레한드라는 사라져야 해.」
그 한마디에 심장이 갈기갈기 찢기는 기분이 들었다.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지만, 알레한드라는 숨조차 제대로 쉬지 못한 채 귀를 기울였다.
도대체 왜.
왜 자신을 배신하는 것인지 알고 싶었다.
「그 사람이 제안한 건 확실한 거지?」
클로데트가 다시 물었다.
「그래. 이제 돌이킬 수 없어. 그리고 스콧 해밀턴은 그냥 '어떤 남자'가 아니야. 바로 그 스콧 해밀턴이지. 유럽 최대의 IT 재벌이자 지금도 사업을 전 세계로 확장하고 있는 인물이야.」
알베르토의 목소리에는 흥분이 가득했다.
「그가 내게 거절할 수 없는 제안을 했어. 사업 파트너가 되는 거지. 엄청난 돈이야. 무엇보다도 손쉽게 벌 수 있는 돈이지. 물론 시작하려면 상당한 초기 자본이 필요하지만.」
클로데트가 비웃듯 코웃음을 쳤다.
「알잖아. 알레한드라는 절대 그 돈을 내주지 않을 거야. 걔는 CEO라는 자리도, 부자라는 위치도, 권력도 절대 놓지 못하는 사람이잖아. 당신이 자기보다 더 성공하는 꼴은 절대로 못 볼걸. 평생 애완견처럼 옆에 세워 두고 자랑만 하겠지. 그러니까…… 이미 결심한 거지?」
알레한드라의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알베르토가 다시 입을 열기도 전에 그녀는 이미 그의 대답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죽어야 해.」
알베르토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
「난 최대한 빨리 홀아비가 되어야 하거든.」
클로데트는 전혀 놀라지 않았다.
오히려 흥미롭다는 듯 웃으며 물었다.
「어떻게 죽일 건데?」
알베르토는 담담하게 대답했다.
「곧 공장에서 긴급 연락이 올 거야. 이미 손을 써 놨어. 오늘이 결혼식이라도 알레한드라는 반드시 달려갈 사람이니까. 그리고…… 그 페라리 브레이크를 잘라 놨어. 오늘이 그 차의 마지막 날이 될 거야.」
클로데트가 만족스러운 웃음을 터뜨렸다.
「완벽하네. 그럼 알레한드라는 우리 인생에서 영원히 사라지는 거잖아. 당신은 유산을 전부 상속받고 해밀턴 씨와 계약만 성사시키면 되고. 이제야 우리가 원하던 모든 걸 갖게 되는 거야. 권력도, 돈도, 아무 걱정 없는 삶도.」
알레한드라는 그대로 무릎을 꿇었다.
비명이 새어 나올까 봐 입을 두 손으로 틀어막았다.
남편이 자신을 죽이려 하고 있었다.
바람만 피운 것이 아니었다.
자신의 목숨까지 빼앗으려 하고 있었다.
믿을 수 없었다.
하지만 분명 사실이었다.
그때 클로데트가 다시 물었다.
「그래도 확실한 거 맞아? 정말 죽을까?」
알베르토는 비웃듯 대답했다.
「당연하지. 설령 이번에도 안 죽는다면 다른 방법을 찾으면 돼. 하지만 확실한 건…… 이번 주 안에는 반드시 죽는다는 거야.」
한참이 지나서야 알레한드라는 겨우 다리에 힘을 줄 수 있었다.
비틀거리며 자신의 방으로 돌아온 그녀는 침대 위에 쓰러져 오열했다.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알베르토가 어떻게 자신에게 이런 짓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리고 클로데트까지.
그토록 믿었던 사촌마저.
방 안이 빙글빙글 도는 것만 같았다.
당장이라도 이곳에서 도망쳐야 했다.
하지만 몇 분 뒤, 누군가 문을 두드렸다.
문을 열고 들어온 사람은 숙부 밀턴이었다.
「얘야, 방금 공장에서 연락이 왔다. 긴급한 문제가 생겼단다……」
그는 울고 있는 알레한드라를 보고 말을 멈췄다.
「무슨 일이니? 괜찮은 거야?」
알레한드라가 대답하기도 전에 문이 다시 열렸다.
알베르토와 클로데트, 그리고 숙모 레티시아가 함께 들어왔다.
알베르토가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다가왔다.
「알레, 무슨 일이야?」
그 연기를 보는 순간 알레한드라는 속이 뒤집혔다.
그녀는 방 안의 사람들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하지만 이제는 누구도 믿을 수 없었다.
혹시 숙부와 숙모도 이 계획을 알고 있었던 건 아닐까.
아무리 생각해도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었다.
결국 그들은 클로데트의 부모였으니까.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냥 오늘 같은 날이라 부모님 생각이 나서요. 너무 보고 싶어서……」
알레한드라는 애써 태연한 척하며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공장에서는 무슨 일이 생긴 거죠?」
밀턴이 한숨을 내쉬었다.
「동물이 공장 안으로 들어와 초콜릿 탱크 하나에 빠진 모양이다.」
그 말을 듣자마자 클로데트가 기겁하며 소리쳤다.
「뭐라고요?! 저 탱크 하나가 2만 달러나 하는데! 대체 어떻게 그렇게 부주의할 수가 있어요? 정말 하나같이 무능하기 짝이 없네……!」
「됐어, 그만. 지금 중요한 건 해결하는 거야.」
알베르토가 그녀의 말을 끊고는 알레한드라를 바라보았다.
「공장에 가야겠지?」
알레한드라는 아무 말 없이 남편을 바라보았다.
길고도 무거운 침묵이 두 사람 사이를 스쳐 지나갔다.
마침내 그녀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같이 가 줄 거야?」
알베르토는 역사상 가장 위선적인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안 될 것 같아, 알레. 누군가는 여기 남아서 손님들을 맞이해야 하잖아. 신랑 신부가 둘 다 자리를 비우는 건 예의가 아니지.」
그 순간 알레한드라의 손끝이 가늘게 떨렸다.
당장이라도 그의 뺨을 때리고 모든 사실을 폭로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조금 전 들었던 말이 머릿속을 파고들었다.
『이번에도 안 죽으면 다른 방법으로라도 반드시 죽여 버릴 거야.』
알베르토는—
자신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했던 남자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녀를 죽일 생각이었다.
알레한드라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방을 나왔다.
저택 복도를 지나 계단을 내려가고, 곧장 주차장으로 향했다.
뒤에서 알베르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레! 이걸 타고 가!」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페라리 열쇠를 건넸다.
알레한드라는 몸을 떨며 열쇠를 받아 들었다.
이 차가 자신의 관이 될 예정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녀는 그대로 운전석에 올라타 저택을 빠져나갔다.
운전하는 내내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가능한 한 천천히 차를 몰면서도 머릿속은 과거의 기억으로 가득 찼다.
알베르토를 처음 만났던 날.
스무 살이던 그녀와 스물여덟 살이던 그가 한 파티에서 처음 마주쳤다.
알베르토는 클로데트의 친구였고, 숙부 밀턴의 로펌에서 변호사로 일하고 있었다.
그리고 숙모 레티시아는 두 사람을 서로 소개하며 이렇게 말했었다.
『당신들은 운명처럼 이어질 사람들이야.』
도대체 언제부터 모든 것이 거짓이었던 걸까.
어쩌다 이렇게까지 바보처럼 속아 버린 걸까.
저 사람들이 자신을 가족처럼 아낀다고 믿었던 자신이 너무나 어리석었다.
뜨거운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굽이진 산길이 눈앞에 펼쳐졌다.
목숨이 위험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토록 악한 사람들에게서 벗어날 방법은 떠오르지 않았다.
가슴은 산산조각이 났고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알레한드라는 평생 한 번도 생각해 본 적 없는 선택을 했다.
가속 페달을 끝까지 밟았다.
페라리는 굉음을 내며 첫 번째 급커브를 향해 질주했다.
'알베르토에게 죽임을 당할 바엔…….'
'차라리 내가 스스로 끝내겠어.'
페라리가 커브를 지나치게 빠른 속도로 돌아섰다.
순간 차체가 미끄러지더니 그대로 도로를 이탈했다.
시간이 느리게 흘렀다.
차는 여러 차례 공중으로 뒤집힌 뒤 절벽 아래로 날아갔다.
약 15미터 아래로 추락한 차량은 처참하게 부서졌고, 곧 연료탱크가 폭발하며 거대한 화염에 휩싸였다.
모든 것이 불길 속으로 삼켜지는 마지막 순간.
알레한드라의 머릿속에는 가족의 얼굴과—
그리고 자신을 가장 잔인하게 배신한 남자, 알베르토만이 떠올랐다.
한 시간 뒤.
경찰 순찰차가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생존자는 없었다.
차량 번호를 확인한 경찰은 곧바로 산로만 저택으로 향했다.
폭발이 너무 거셌던 탓에 시신조차 제대로 수습하지 못했다는 사실과 함께.
알레한드라 산로만이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오백 명이 넘는 하객들은 알베르토 메히아가 절규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는 울부짖었고, 분노했고, 사랑하는 아내를 잃은 남자처럼 바닥에 주저앉아 오열했다.
그 모습을 본 사람들은 모두 그의 슬픔을 진심이라 믿었다.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했다.
알레한드라 산로만을 죽이려 한 사람이 바로 그 자신이었다는 사실을.
그 이유가 그녀의 막대한 유산을 손에 넣고, 자신의 사업과 자신의 제국을 세우기 위해서였다는 사실을.
하지만 알베르토 메히아가 끝내 알지 못한 것이 하나 있었다.
알레한드라 산로만은—
한 번 받은 배신을 결코 용서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이번 생에서도.
그리고 그 어떤 생에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