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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장. 끝나지 않는 거짓말
제33장. 끝나지 않는 거짓말심장이 너무 빠르게 뛰었다.샬럿은 가슴을 두드리는 그 고통 때문에숨이 막힐 것만 같았다.어째서 거짓말은 아직도 끝나지 않는 걸까.어째서 로런스는어머니와 얽힌 그 추악한 과거를끝내 자신에게 말해 주지 않았던 걸까.다시와 콘래드가그를 배신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하지만 그 사이에 불륜이 있었다는 것도,둘 중 누구 하나가콘래드 피어스의 친딸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도상상조차 해 본 적이 없었다.아무도 그녀를 붙잡지 않았다.샬럿은 그대로 호텔을 빠져나왔다.가슴은 뒤엉켜 있었고,머릿속은 텅 비어 있었다.울음이 목구멍 끝까지 차올랐지만,그녀는 자신이 어디를 걷고 있는지조차 몰랐다.어디로 향하는지도.눈앞으로 다가오는 자동차의 강한 헤드라이트도그녀를 현실로 끌어내지 못했다.샬럿은 그 자리에 그대로 얼어붙었다.그리고 다음 순간,누군가가 그녀를 거칠게 밀어냈다.몸이 옆으로 넘어지며 인도 위를 굴렀다.낮게 신음하는 소리가 들렸다.그건 자신의 목소리가 아니었다.자동차는 요란한 경적을 울리며 그대로 지나갔다.운전자 역시잔뜩 놀란 것이 분명했다.샬럿의 아래에는블레이크가 그녀를 꽉 끌어안은 채 누워 있었다.그는 거칠게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방금 전,눈앞에서 그녀가 차에 치이는 모습을 볼 뻔했던공포를 견디고 있는 듯했다.겨우 몸을 일으킨 블레이크는샬럿을 품에 끌어안았다.그제야 샬럿의 눈에서는눈물이 끝없이 흘러내리고 있었다.블레이크는 알고 있었다.평소의 샬럿이라면절대 누구에게도 이런 모습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특히,자신에게는 더더욱.그만큼 그녀는심하게 흔들리고 있었다.블레이크는 부드럽게 말했다.「진정해, 찰리.」「괜찮아.」샬럿은 겨우 입을 열었다.「놔줘...」목이 메어 거의 들리지도 않는 목소리였다.하지만 블레이크는지금 그녀를 혼자 둘 수 없다는 것을 알았다.이 상태라면의도하지 않아도스스로를 다치게 할지도 몰랐다.그는 그녀의 손을 잡고곧장 자신의 차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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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장. 난 언제나 네 곁에 있을 거야
제34장. 난 언제나 네 곁에 있을 거야본능이라는 것이 있었다.위험을 감지하기 위해 존재하는,설명할 수 없는 감각.그리고 지금의 블레이크는그 감각이 그 어느 때보다도 예민해져 있었다.샬럿이 침대에서 첫발을 내딛는 순간,그는 눈을 떴다.하지만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다.그는 조용히 그녀를 지켜봤다.샬럿은 남아 있던 드레스를 벗어 바닥에 떨어뜨렸다.그리고 아무 소리도 내지 않은 채오두막 문을 향해 걸어갔다.짙은색 속옷만 걸친 모습이었다.마치 유령처럼.그녀는 천천히 바다를 향해 걸었다.주변에는 아무도 없었다.그 오두막은오래전 할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유산이었다.2킬로미터 가까이 이어지는 해변까지 함께.해변에는 잔잔한 자갈이 깔려 있었다.맨발로 걸으면 발바닥이 따끔거렸지만,바닷물에 들어서는 순간 그 감각은 사라졌다.새벽이라 아직 모래에는밤의 온기가 조금 남아 있었다.샬럿은발끝을 적시는 파도를 내려다봤다.그녀가 한 걸음씩 바다로 들어갈 때마다,블레이크는 두 걸음씩 그녀를 향해 다가갔다.옷을 벗어 아무렇게나 떨어뜨리면서도시선은 한 번도 그녀에게서 떼지 않았다.샬럿이 현실로 돌아온 것은튼튼한 가슴이 등을 감싸고,강한 두 팔이 자신을 끌어안은 순간이었다.블레이크가 쉰 목소리로 속삭였다.「그런 생각조차 하지 마.」그 목소리에는두려움이 배어 있었다.샬럿은 비웃듯 미소 지었다.「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당신이 뭘 안다고 그래.」블레이크는 그녀를 더 꼭 끌어안았다.「넌 너무 지쳤어.」샬럿은 눈을 감았다.잔잔한 파도가배를 스쳐 지나갔다.「지쳤다는 말로는 부족해.」희미하게 중얼거렸다.「이젠 내가 어떤 상태인지도 모르겠어.」잠시 침묵이 흘렀다.「언젠가는」「모든 게 이해될 줄 알았어.」「날 진심으로 아껴 주는 사람들을」「드디어 만난 줄 알았는데.」입가에 씁쓸한 웃음이 스쳤다.「결국은」「모두 거짓말을 하고」「모두 배신하잖아.」고개를 떨군 채 말했다.「이 모든 일은」「끝내 아무 의미도 없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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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장. 가장 잔인한 아이러니
제35장. 가장 잔인한 아이러니어쩌면아무 소용도 없는 협박이었을지도 몰랐다.어쩌면 블레이크는샬럿의 마음속에 아직 자신을 향한 감정이조금이라도 남아 있기를 바랐던 것뿐인지도 몰랐다.하지만 그의 말을 들은 순간,샬럿의 동공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것을 본 그는아주 작은 희망 하나를 품게 되었다.블레이크는 천천히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조심스럽게 입술을 쓰다듬듯 키스한 뒤,함께 모래 위로 몸을 굴렸다.시간은 멈춘 것처럼 흘렀다.그는 다시 그녀를 바닷물 속으로 데려갔다.피부에 붙어 있던 모래가 모두 씻겨 내려갈 때까지.그리고 자신의 셔츠를 벗어그녀의 몸을 감싸 주었다.오는 길,도로변의 작은 기념품 가게에 들러둘이 입을 간단한 옷을 샀다.샬럿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블레이크가 조용히 그녀를 갈아입혀 주는 동안에도.이마에 살며시 입을 맞춰도,그녀는 가만히 있을 뿐이었다.얼마 후,차는 달턴 저택 정문 앞에 멈췄다.블레이크가 조용히 물었다.「내가 같이 있어 줄까?」샬럿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지친 목소리였다.「안에서 해결해야 할 일이 아직 많아.」그 말만 남기고그녀는 인사조차 하지 않은 채 차에서 내렸다.블레이크는 떠나지 않았다.혹시라도 그녀가 다시 뛰쳐나오지는 않을지,안에서 고함이나 다툼이 들리지는 않을지,언제든 달려갈 수 있도록20분 넘게 그대로 차 안에 앉아 있었다.하지만 지금의 샬럿은소란을 피우는 사람이 아니었다.저택 안으로 들어서자마자,불안한 얼굴로 이리저리 서성이는 리즈가 보였다.그리고 벽난로 앞에는영혼까지 타들어 가는 사람처럼멍하니 서 있는 로런스가 있었다.리즈는 달려와 샬럿을 꼭 안았다.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춘 뒤,아무 말 없이 자리를 비켜 주었다.지금 이 대화는자신이 끼어들 자리가 아니라는 걸 알았기 때문이었다.샬럿은 로런스를 바라보며단 하나의 질문만 던졌다.「제가...」잠시 말을 삼켰다.「당신 딸인가요?」로런스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그리고 솔직하게 대답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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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6장. 파멸로 향하는 길
제36장. 파멸로 향하는 길단 한순간이면 충분했다.캘리는 거의 이성을 잃은 채 샬럿에게 달려들었다.그리고 바로 다음 순간,둔탁한 충돌음이 울려 퍼졌다.샬럿의 주먹이 그대로 캘리의 얼굴을 가격했고,캘리는 바닥으로 나뒹굴었다.샬럿은 여전히 체구가 작은 여자였다.하지만 더 이상 약하지는 않았다.무엇보다도,지금 그녀를 움직이는 것은모든 것을 집어삼킬 만큼 거대한 분노였다.샬럿은 바닥에 쓰러진 캘리를 내려다보며 차갑게 말했다.「한 번만 더 나한테 손대 봐.」「그 대가는 피로 치르게 될 거야.」목소리에는 서늘한 살기가 어려 있었다.「지금까진 네 몰락만 바랐어.」「하지만 날 더 자극하지 마.」「그러면 네 죽음까지 바라게 될지도 모르니까.」입가가 천천히 비틀렸다.「내 직감은 꽤 잘 맞거든.」캘리는 바닥에서 그녀를 노려봤다.증오로 가득한 눈빛이었다.다시는 공포에 질려 있었다.한편,콘래드의 머릿속은오직 한 가지 생각으로 가득 차 있었다.만약 캘리가 자신의 친딸이 아니라면,도대체 얼마나 막대한 재산이 허공으로 사라지게 되는가.샬럿은자신을 키워 준 두 사람이혼란과 절망에 휩싸인 모습을 바라보며오랜만에 통쾌함을 느꼈다.그녀는 비웃듯친자 확인 검사 통지서를 들어 올렸다.「내일 아침 제일 먼저」「이 검사부터 받겠습니다.」차갑게 웃었다.「그리고 그때 가서」「누가 울게 될지 두고 보죠.」그 말을 남긴 채뒤도 돌아보지 않고 걸어 나갔다.샬럿은 차를 몰아도시 한복판으로 향했다.몇 년 전부터자신의 재산을 스스로 불려 오면서,그녀는 누구보다 신중한 사람이 되어 있었다.처음 사업을 시작할 자금은로런스가 마련해 주었다.하지만 그녀는그 돈을 모두 갚았고,1년도 채 되지 않아혼자의 힘으로 훨씬 더 큰 성공을 이뤄 냈다.부정할 수 없었다.사업은로런스가 직접 가르쳐 준 것이었다.그리고 인생이 안겨 준 상처,거절,우울,그 모든 것이그녀를 더욱 치밀한 사람으로 만들었다.그녀는도심 한가운데 있는 고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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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7장. 남자와 괴물
제37장. 남자와 괴물분노에 휩싸여 있었다.거의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가장 추악한 본성이 완전히 깨어나 있었다.신도,악마도,그 여자가 인간 안에서도 가장 비열한 본능을 끌어내는 데 타고난 재능이 있다는 사실만큼은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캘리는 법의학 연구소를 나오자마자곧장 한 아파트로 향했다.그곳만이자신 안의 뒤틀리고 악독한 본성을있는 그대로 드러낼 수 있는 유일한 장소였다.문이 열리자마자 그녀는 악을 썼다.「정말 믿을 수가 없어!」거실을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소리쳤다.「그 멍청한 언니를 그렇게 오랫동안 참아 왔는데!」「평생 사람들이 그년을 착하고 완벽한 딸이라고 떠받드는 걸 참고 살았는데!」이를 갈며 외쳤다.「그런데 이제 와서는」「세상에서 제일 독한 년이 돼 버렸잖아!」입술이 비틀렸다.「이젠 그년이 악독한 짓 하는 것조차 역겨워!」소파에 앉아 있던 남자는흥미롭다는 듯 그녀를 바라봤다.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아쉽네.」「그 멋진 구경거리를 놓쳤잖아.」비웃듯 웃었다.「컨트리클럽 호텔 오픈 행사가」「엄청난 난장판이었다던데.」캘리가 그를 노려봤다.「그보다 넌 왜 안 왔어?」「블레이크 응원하러 가야 하는 거 아니었어?」남자가 어깨를 으쓱했다.「그런 쇼가 벌어질 줄 알았으면」「무슨 일이 있어도 갔지.」잔을 흔들며 피식 웃었다.「그리고 네 미래의 전남편 말인데...」잠시 말을 멈췄다.「요즘 좀 이상해.」미간을 찌푸렸다.「예전엔 무슨 일이든 나한테 말했는데」「이젠 아무것도 안 알려 줘.」불쾌한 표정이었다.「호텔 오픈 행사에 간다는 것조차」「난 전혀 몰랐다고.」그게 가장 거슬렸다.비록 자신은블레이크 볼드윈 같은 사회적 지위를 가진 적은 없었지만,그와 친구라는 이유만으로수많은 혜택을 누려 왔다.각종 파티.초청 행사.최상류층 클럽 회원권.그리고 무엇보다최고급 호텔 오픈 행사 같은상류층 네트워크.그런데 이번에는블레이크가 자신을 완전히 잊은 것 같았다.마치아무 의미도 없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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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장. 습격
제38장. 습격샬럿은 복도에서 들려오는 발소리와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었다.며칠 동안 그녀는 일부러 자신의 펜트하우스를 피해 다녔다.어떤 날은 회사에서 밤을 새웠고,어떤 날은 호텔에서 묵었다.블레이크가 자신의 집 앞에서 기다리고 있으리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지금의 그녀는누군가를 배려하거나 다정하게 대할 여유가 없었다.자신의 곁에 끝까지 남아 준 유일한 사람이라 해도 마찬가지였다.사무실 문이 열리자,블레이크가 안으로 들어왔다.비서는 황급히 그를 막으려 했고,보안 요원들까지 불러 세웠지만,그는 그대로 안으로 들어왔다.샬럿은 피곤한 얼굴로 말했다.「블레이크.」「이제 그만했으면 좋겠어.」짜증이라기보다지친 목소리였다.그녀는 보안팀에게 손짓했다.둘만 남겨 달라는 뜻이었다.사람들이 모두 나가자,블레이크가 조심스럽게 다가왔다.「찰리...」걱정스러운 목소리였다.「무슨 일이야?」「며칠째 계속 연락도 안 되고.」「집에도 안 들어가잖아.」샬럿은 담담하게 대답했다.「당신이 거기 있을 테니까.」블레이크는 입술을 꾹 다물었다.샬럿은 깊게 숨을 들이쉬었다.「당신하고 좋은 관계를 유지하려고」「나도 정말 노력하고 있어.」잠시 눈을 감았다.「그런데...」「지금은 너무 많은 일이 있었어.」그 한마디만으로도블레이크는 모든 것을 이해했다.자신 역시그녀를 상처 입힌 사람들 중 하나였다.7년 동안,샬럿은 자신을부모와 캘리를 증오했던 것처럼 미워했을 것이다.그 시간은하루아침에 사라질 수 없었다.그가 아무리 후회하고,아무리 노력해도.어린 샬럿을 배신했던 사실은결코 없어지지 않았다.그리고 지금의 샬럿 역시그 사실을 쉽게 잊지는 못할 것이다.블레이크는 그녀 앞에 멈춰 섰다.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춘 뒤,손등에도 조용히 키스했다.「난 그저...」낮게 말했다.「네가 괜찮은지만 알고 싶었어.」씁쓸하게 웃었다.「지금 괜찮지 않다는 것도 알지만.」잠시 그녀를 바라봤다.「그래도 난 언제든 여기 있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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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장. 지옥의 예고편
제39장. 지옥의 예고편범인은 아니었다.샬럿은 그것만큼은 확신할 수 있었다.체격부터가 전혀 달랐다.하지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이 오두막의 존재를 알고 있을 만큼블레이크와 가까운 사람이었다.그럼에도 그녀는아무런 내색도 하지 않았다.그저 다시 눈가에 눈물을 머금었다.억지로 짜낸 눈물이었지만,완전히 연기는 아니었다.분노와 무력감만으로도사람은 충분히 울 수 있으니까.납치범은그날 날짜가 적힌 신문과 휴대전화를 들고 그녀 앞에 섰다.쉰 목소리가,변조된 기계음과 함께 흘러나왔다.「솔직히 말해서」「그 눈물은 사진에 정말 잘 나오겠는데.」비웃듯 말했다.「급한 일부터 처리하고 올 테니까」「그다음에는」「진짜 울게 만들어 줄게.」신문을 그녀의 품에 밀어 넣었다.「좋아.」「날짜 잘 보이게 들고 있어.」샬럿에게는몇 분처럼 길게 느껴지는 시간이 흘렀다.남자는 연신 셔터를 눌렀다.마치 생존을 증명하는 사진이라도 찍는 것처럼.샬럿은어떻게든 목소리를 기억해 내려 애썼다.변조 때문에 알아낼 수는 없었지만,누구일지 짐작은 하고 있었다.사진을 모두 찍은 남자는만족한 듯 신문을 다시 빼앗았다.그리고 그녀 앞에 쪼그려 앉았다.손가락으로 그녀의 턱을 거칠게 움켜쥐며 말했다.「잠깐 다녀와야겠어.」「네 목숨값을」「제대로 흥정해야 하거든.」입꼬리가 올라갔다.「넌 얼마짜리라고 생각해?」샬럿은 이를 악물었다.낮게 으르렁거리듯 말했다.「돈을 받아도」「넌 날 살려 보낼 생각이 없잖아.」「우리 둘 다 그건 알고 있어.」남자는 잠시 놀란 듯 멈췄다.그리고 피식 웃었다.「정말 똑똑하다는 소문이」「거짓은 아니었네.」그는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샬럿은그의 입에서 풍기는 달콤한 술 냄새를 맡을 수 있었다.「좋아.」「돌아오면」「우리 둘이 재미있는 시간을 보내 보자고.」그는 그녀를 거칠게 밀어 놓고오두막 밖으로 걸어 나갔다.잠시 후,자동차 시동 소리가 들려왔다.그 소리가 멀어지고 나서야샬럿은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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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장. 누구였을까
제40장. 누구였을까사랑하는 여자가 위험에 처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보다 더한 무력감도,더한 증오도,더한 절망도 없었다.그리고 그 무엇보다 끔찍한 것은,그녀를 지켜 줄 수 있는 곳에 자신이 없다는 사실이었다.블레이크에게 남은 것은고문 같은 기다림뿐이었다.절망뿐이었다.휴대전화 스피커를 통해 들려오는그 모든 소리뿐이었다.철썩!무언가 뺨을 후려치는 듯한 소리가 들리는 순간,그의 속이 그대로 뒤집혔다.「놔!」샬럿의 비명이 들려왔다.「놔, 젠장!」「날 만지지 마!」그때쯤에는샬럿은 공포에 질려 필사적으로 저항하고 있었고,블레이크는 살아 있는 지옥을 견디고 있었다.그리고 그 모든 상황을 마음대로 휘두르는 사람은납치범뿐이었다.남자가 비웃으며 말했다.「끝까지 저항하면」「뭐라도 달라질 것 같아?」비웃음이 섞인 웃음소리가 이어졌다.「솔직히 말하면」「난 널 거의 잊고 있었어.」목소리는 음산했다.「그런데 넌 어릴 때부터」「정말 맛있어 보이는 계집애였지.」낮게 웃었다.「하루 종일 널 안고 싶다는 생각뿐이었어.」「어떻게 망가뜨릴지만 생각했지.」숨소리가 거칠어졌다.「네 피부를 만지는 기분이 어떨지.」「널 울리고」「피 흘리게 만드는 게 얼마나 즐거울지.」광기 어린 웃음이 터졌다.「젠장.」「그때 마음대로 해 버렸어야 했는데.」잠시 침묵이 흘렀다.「뭐...」「이젠 네 비명이라도 들을 수 있으니」「그걸로 만족해야겠네.」그리고 정말로,비명은 끊이지 않았다.블레이크가 싸우라고 했기 때문이다.샬럿은 끝까지 싸우고 있었다.발로 차고,소리치고,물어뜯고,주먹을 휘둘렀다.그리고 얻어맞았다.계속해서.전화기 반대편에서블레이크는 운전대를 미친 듯이 내리쳤다.분노 때문에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그때,멀리서 오두막이 보였다.동시에,수화기 너머로 남자의 고함이 울려 퍼졌다.「다리 벌리랬잖아!」「젠장!」「묶어 버릴까?」「아니면 기절시켜 줄까?」「말해 봐!」바로 그 순간이었다.끼익!오두막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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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장. 잃어버린 순수
제41장. 잃어버린 순수욕실에서 계속 들려오는 샤워기 소리에,블레이크의 심장은 갈기갈기 찢어지고 있었다.물이 오래도록 멈추지 않을수록,샬럿이 자신에게 닥친 모든 일을 씻어 내려고 필사적으로 애쓰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가장 강렬한 본능은당장 욕실 문을 열고 들어가,그녀를 품에 안고 함께 샤워를 하며,입을 맞추고,꼭 끌어안은 채,이제는 절대로 아무도 널 해치지 못한다고,평생 그녀의 그림자가 되어서라도 지켜 주겠다고 말하고 싶었다.하지만 남아 있는 마지막 이성은 알고 있었다.지금은 그럴 수 없다는 것을.그녀에게는분노할 시간도,울부짖을 시간도,눈물을 쏟을 시간도,모든 감정을 터뜨릴 시간이 필요했다.그래야 조금이라도 버틸 수 있을 테니까.블레이크는 결국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을 선택했다.조용히 부엌으로 내려가따뜻한 우유를 데우거나,허브티라도 준비하는 것.사실 어떻게 걸어 내려왔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았다.무력감이 온몸을 짓누르고 있었기 때문이다.그는 그녀에게30분 정도의 시간을 주었다.그리고 향긋한 허브티 한 잔을 들고 다시 방으로 올라왔다.하지만 문을 여는 순간,그 찻잔은 그의 손에서 미끄러져 바닥으로 떨어졌다.산산조각이 났다.그의 시선은 침대 위에 멈춰 있었다.샬럿이 자고 있었다.정말,잠들어 있었다.그 사실이 무엇보다 중요했다.왜냐하면 그의 시선은침대 옆 협탁 위에 놓인 약병을 발견했기 때문이다.「안 돼...」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안 돼... 안 돼...!」그는 침대로 달려가샬럿을 끌어안고 흔들었다.「찰리!」「찰리!」손목에 남은 상처들.그리고 그녀가 예전에 한 번 극단적인 선택을 시도했다는 사실.약병이 아직 열리지 않았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그곳에 약병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그의 영혼은 그대로 무너져 내렸다.「제발!」「찰리, 대답해!」그녀의 어깨를 흔들고,얼굴을 덮은 머리카락을 치워 주며애타게 외쳤다.「제발...」「찰리...」「로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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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2장. 날 믿어?
제42장. 날 믿어?블레이크는 미간을 찌푸렸다.온몸의 신경이 한순간에 팽팽하게 당겨졌다.그동안 벌어진 모든 일.지난 몇 주 동안 알게 된 진실.그리고 무엇보다,자신이 샬럿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더 이상 부정할 수 없게 된 지금.캘리가 이혼을 요구했다는 소식은,오히려 축복처럼 느껴졌다.하지만 이상했다.분명 함정이 있었다.뭔가 더 숨겨져 있었다.지난 7년 동안 그가 봐 온 아내의 진짜 모습은,상대에게 최대한 큰 상처를 남기지 않고는 절대 물러날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블레이크는 샬럿에게 다가갔다.그녀의 입술에 아주 조심스럽게 입을 맞췄다.부드럽고,조심스러운 키스였다.더 욕심이 났다.하지만 그는 스스로 한 걸음 물러났다.아직 두 사람 모두,감정을 다시 통제하지 못할 만큼 가까워질 준비는 되어 있지 않았다.그는 욕실로 들어가 간단히 샤워를 마쳤다.그리고 전날 입었던 옷을 다시 걸쳤다.다만 재킷만큼은 그대로 쓰레기통에 버렸다.피가 잔뜩 묻어더는 입을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이다.샬럿은 조용히 그가 나오기를 기다렸다.그녀가 샤워를 마치고 부엌으로 향했을 때,블레이크는 이미 따뜻한 핫초코를 준비해 두고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다.그는 그녀를 보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미안해.」낮게 말했다.「정말 가고 싶지 않아.」한숨을 내쉬었다.「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널 혼자 둘 수가 없었어.」잠시 머뭇거리더니 말을 이었다.「그래서...」「제멋대로긴 했지만」「로런스에게 연락했어.」샬럿은 놀란 표정으로 그를 바라봤다.화가 난 것은 아니었다.그녀는 알고 있었다.블레이크가 로런스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는 것을.「로런스에게...?」「어떻게?」블레이크는 어색하게 웃었다.「네 휴대전화를 썼어.」「미안해.」숨을 참으며 말했다.「하지만 네가 접시를 전부 내 머리에 던지는 한이 있어도」「널 혼자 두는 것보다는 나아.」그 말이 끝날 무렵,저택 앞에는 검은 SUV 여러 대가 차례로 들어오기 시작했다.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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